아. 정말 너무나도 힘들다. 이번에 과제를 홀로 거의 다 이끌어가며 깨달았다.

얼마나 인간이 미약한 존재인지!! 혼자서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얼마나 해내기가 힘든지!!

한편으로는 협업을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도 깨달았고, 또한 저 성과자를 다루는 방법이 팀 내의 성공 여부를 가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몇 가지의 다양한 관점들이 있지만(가령 경영자의 입장, 리더의 입장 등등), 난 *팀원 간*에서의 입장에서 이를 서술해 보고자 한다.


내 신분이 ‘대학원 생노예’ 이기 때문에, ‘교수’ 와 ‘대학원 생’ 간의 관계는 사람 vs. 사람 의 관계이기 이전에 (절대)갑 vs. (을병정무기경신임)계 정도의 관계가 성립된다(갑 vs 계 ㅋㅋㅋ). 따라서 대학원생이 교수님한테 대드는 경우는 뭐… 패륜아와 마찬가지이다.

대학원생들 간의 관계는 연구실마다 상이한데, 군대식 서열과 같이 들어온 순서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수직적인 계급을 갖는 연구실이 있는가 하면, 우리 연구실처럼 거의 평등한, 수평적인 관계를 갖는 연구실도 있다. 아마도 외국인이 많으면 수평적인 관계가 되는 것 같다.

수직적인 계급을 갖는 경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잘 못하면 짤리면 되니까. 수평적인 관계인 경우가 굉장히 애매모호한데, 바로 이 경우가 너무나도 힘들다.

어찌 되었든 간에 정해진 일이 있고, 그 일을 끝마쳐야 하는 상황에서, 팀원 모두가 각자 역할을 잘 해내주면 좋은데 각자의 역량의 차이 때문에 누군가는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그럼 팀 내에 다른 사람이 대신 그 일을 끝내야한다. 이번 경우는, 모든 것이었다…

본인의 연구실을 예로 들면, 외국인의 수가 꽤나 많은 우리 연구실의 경우는 자연스레 외국인이 실질적인 연구 부분을 해 주어야 한다. 과제와 관련하여 필요한 수 많은 서류작업을 대신 할 수는 없으니(죄다 한국어니까), 실질적인 연구 진행이라도 더 많은 비중을 해주어야 남은 부분은 한국인들이 개발하고, 연구노트 작성하고, 총괄적으로 일을 배분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나 정산까지 겹치면… (휴) 소름끼치게 하기 싫다.

그런데 이번 연구마을 과제에서는 교수님이 좀 안일하시긴 하셨다.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본 과제의 종료가 약 두세달 남은 시점이 되어버린것! 진행이 1도 안되었는데 말이다.

그제서야 교수님이 위기의식을 느끼셨는지, 일을 배분해서 시키려고 하셨다. 그런데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니, 과제 제안서에서 말하고자 하는게 도대체 무엇인지 명확하지가 않았다. 교수님도 과제를 따려고 이것 저것 작성하시긴 하셨는데, 이게 개발자 레벨에서 명확하게 정의가 되어야 하는데… 내가 읽어보니 뭔가 글씨가 있기는 한데… 도대체가, @ @ 어쩌라는건지?

몇 번의 정독과 깊은 고심 끝에, 교수님에게 내가 말씀을 먼저 드렸다.

‘제가 한번 해 볼게요. 시간이 얼마 없으니 쳐낼건 쳐 내고 분량 조절해서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들어와서 PHP부터 해서 웹 쪽에 이것 저것 건들여놓은게 있었고, *(당시 기준으로)*최근에는 막 Node.js와 Angular를 관심 있어서 스스로 공부해왔던 순간이었고, 특히 Angular2가 beta16 정도 되던 시점이었기에 Angular2를 이용해서 공부도 해 나갈겸 설계부터 구현까지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과제 종료가 3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적당히 과제 범위를 축소시켜 설계를 시작했다. 철저하게 테스팅 할 시간도, 경험도 부족해서 설계와 구현을 바로 들어갔다. 진행하다보니 할 일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외국인 친구에게 특정 부분 기능 구현을 부탁했다. 이 부분만 좀 완벽하게 해주면 고맙겠다고! 적당히 Pure JS로 구현해놓으면 내가 알아서 합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근데 이 친구가 계속 딴 짓거리를 하며 도대체가 하질 못하는 거다. 페북하고 자기 좋아하는 여자 만날 시간은 있으면서, 공부하고 구현할 시간이 없다니. 난 개발 및 구현 초기에 어느정도 프로토타입 만드려고 한달정도는 정말 밤샘과 막차퇴근, 그리고 심지어는 퇴근하고 집에 가서도 새벽 4시까지 고민하고 구현하며… 거의 하루에 잠을 3시간씩 자면서 했는데. 이 친구는 자기 교수님이 자기한테 시킨 다른 일 하면서 바쁘다고, 못했다고.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된다. 요즘 청문회에서 변명하는 것처럼… ‘이제 보니 내가 못 들었다고 말할 순 없다’

마치 이 상황은 학부 시절에 팀 프로젝트를 혼자 해 나가는 것과 같은 상황! 차이점이 있다면 규모의 차이가 달라서 아주 좋 은 상황일 뿐. 팀 프로젝트야 뭐… 학부 수준이야 그냥 하루이틀 밤새면 되는, 비교적 덜 좋 은 건데, 이건 1년치 일을… 혼자 해야 하는 상황이니. 하하… 그것도, 원래는… 교수님 포함해서 총 8명 * 1년치 이니… 얼마나 많은 일인지 감이 잡히리라 생각한다.

어찌 됐든, 잘 해결했다. 아직 진행중이긴 한데, 이제 서류 작업과 최종 현장평가만 끝나면 되는 상황. 서류작업도 정말 좋 은게, 대개 최종 보고서는 교수님이 쓰시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과제를 혼자 다 하다보니 과제의 내용 역시 내가 다 혼자 알고 있어서 최종 보고서도 내가 거의 다 썼다. 그 외에 추가적으로 살점을 더 붙히는 작업은 교수님이 하셨지만, 뼈대 작성과 정산은 내가 다 할 수밖에 없었다. 할 사람이 없어서.

예전에도 일이 많을 때마다 다 때려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건은 정말 너무했다. 진짜 너무했다. 그래도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어서, 무거운 책임감 이끌고 나갔다. 와, 진짜 지치더라.

일이 배분되었을 때에 각자가 잘 맡아서 해주면 얼마나 좋단 말인가. 우리 한국인 후배들과는 그런게 잘 된다. 일도 착착 잘 나눠서, 정말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번 과제에서는 분야가 좀 달라서 한국인 후배들과 할 수가 없어서, 외국인 친구에게 부탁을 했는데 진행을 1도 안하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정말 갑갑하다.

그럴 때… 팀 내에서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해 보았다. 팀원들은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솔직히 명치를 강하게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기는 했다. 정신 좀 차리라고. 인격적으로 약간의 수치심을 주고도 싶었다.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한국인이었으면 그나마 대화를 해 보았을 것 같은데, 이 친구도 영어가 외국어인 친구에다가 영어 실력이 그렇게 좋지 않아 의사소통에 원활함이 있지 않은 4차원적인 친구이기에, 불통이 깊어지면 곧 불신이 되고, 사람 사이에 감정이 쌓이는 건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하지는 못했다.

글쎄… 팀 내에서 저 성과자를 다루는 좋은 방법은 역시나 대화가 아닐까 싶다. 많은 관심과, 그를 이끌어 줄 수 있는 리더. 하지만 이는 굉장한 스트레스를 불러오므로, 인격적으로 훌륭해져야한다. 그리고 대화가 잘 되어야 한다. 한국인이면 괜찮겠지만, 내 경우처럼 외국인에게 그렇게 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 된다. 그러면 외국인이 저성과자이면 어떻게 해야될까?… 음. 답이 없다. 그러니 외국인 뽑지 맙시다, 철저한 실력 검증이 되지 않는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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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뭔가 일기를 쓴 것 같다.)